책제목 남자 찾아 산티아고
글쓴이 푸른향기 날 짜 16-12-20 08:45 조회( 198 ) 댓글( 0 )
남자 찾아 산티아고
저   자 : 정효정
출판사 : 푸른향기
발행일 : 2017.01.03
가   격 : 15,000 원
면   수 : 272
크   기 : 140x200mm
   

 

‘산티아고에 괜찮은 남자가 많다’는 말만 믿고 800km를 걸어버린 여자

과연 그녀는 운명의 남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30대 후반에 들어선 방송작가 정효정. 일본, 캐나다, 호주에 살면서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으며, 인도의 티베트 난민 자녀를 위한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다섯 달 동안 혼자서 실크로드를 따라 경주에서 중국, 중앙아시아, 중동을 거쳐 로마에 닿았다. 좌충우돌의 여행 끝에 성격에는 여유가 생겼는데 남자가 없다. 아니 안 생긴다. 연애에 대해 점점 소심해지는 그녀에게 주변사람들은 그동안 어장관리도 안 하고 뭐했느냐고 타박이다. 그러던 중 산티아고를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그곳에 괜찮은 남자가 많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난다. 평소에 1km가 넘으면 무조건 택시를 탄다는 그녀는 헐렁한 원피스에 배낭 하나 메고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 남들이 자아를 찾아 떠날 때 남자를 찾아 떠난 그녀. 마음에 드는 남자만 생기면 언제든 이 길을 떠나 손잡고 바르셀로나로 갈 거라고 큰소리쳤지만, 과연 그녀는 운명의 남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남자 찾아 산티아고』는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랑과 연애, 결혼에 관한 이야기와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했고,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90%는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거 같아’

사랑과 연애, 결혼에 대한 길 위의 멘토들

‘그만 좀 방에 처박혀 있고 나가서 남자라도 좀 만나.’ 영혼의 처절한 외침을 듣고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첫날부터 그녀는 남자 대신 개에게 이끌림을 받고, 남자가 아니라 물집이 순례길의 동반자가 된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바늘과 실을 든 기사들이 나타난다. 반은 장난으로, 반은 호기심으로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녀는 생각지 않게 많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치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결혼을 하게 된 독신주의자였던 쥬디, 결혼을 앞두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온 지저스를 닮은 다니엘, 미혼모로 혼자서 딸을 키우면서도 불행하지 않다는 아이린, 어린 두 아들 때문에 이혼을 망설이고 있는 카일, 남자 친구로부터 청혼을 받고, 그의 11살 된 아들을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릴리, 남자에게 차여서 홧김에 걷고 있는 헬레나, 순례자들에게 봉사하는 데이비드를 만나 순례를 멈추고 정착하게 된 수지, 상대가 길을 헤매지 않도록 자신이 미리 길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해준 미첼, 인생의 고민을 새와 미로에 비유해 명쾌하게 짚어준 도널드, 그녀를 만나러 기차 타고 산티아고까지 달려와 준 라이언… 그들 모두는 그녀에게 길 위의 멘토들이었다.

2017년 당신의 버킷리스트 『남자 찾아 산티아고』

사랑과 연애, 결혼에 대해 해답을 찾고자 하는 여성들을 위한 필독서

“왜 결혼 안 했어요?” 우리 사회의 미혼 여성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왜”라는 질문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했다는 의아함이 깃들어 있다. 심지어 ‘나이 들어서 연애도 안하면 궁상맞다.’는 말까지 듣는다. 결혼도 연애도 능력으로 치환되는 사회, ‘이대로 살다간 넌 불행해질 거야.’라는 소리에 계속 자존감이 부서진다면, 바로 지금이 경계를 뛰어넘어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았다. 가만히 있어도 전 세계 사람들이 눈앞에 지나다녔고, 질문을 들고 서 있기만 하면 됐다. 아이린은 ‘어차피 삶은 누구에게도 같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들 말에 신경 쓰지 마라.’ 했고, 피터는 ‘신은 사랑이지만, 사랑은 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헨리에타는 ‘지금처럼 바뀐 세상에 과거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도널드는 ‘어떤 선택인가는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변치 않는 자신이다.’라고 조언한다. 솔직하고 담담한 이야기들은 때로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고, 때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도 하며 삶을 확장시켜주었다. ‘반드시’라고 규정되던 것들이 다양한 대답으로 흩어졌고, 수많은 대답 속에서 기준점을 다시 조정할 수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무너진 자존감을 치유하는 ‘영혼의 병원’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무념무상한 눈빛으로 풀을 뜯는 기린처럼 반자발적 수도승 상태에 들었다.’는 솔직한 자기고백부터, ‘내 취향은 흰 셔츠가 잘 어울리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인데, 실제론 늘어난 티셔츠에 털이 북실북실 삐져나오는 잭 블랙타입이 말을 건다.’며 투덜거린다. 바다에 물고기가 없으면 원양어선이라도 타고 먼 바다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그녀! ‘애초에 (남자가) 없는데 잃을 건 또 무엇이 있겠냐.'며 기세 좋게 길을 떠난 그녀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바싹 말라붙었던 당신의 연애세포에 찌릿한 자극을 줄 것이다.

 

- 저자소개

방송작가로 SBS 「좋은 아침」, SBS 「모닝와이드」 등을 제작했다. 4년간 일본, 캐나다, 호주에서 살면서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으며, 인도의 티베트 난민 자녀를 위한 단체 록빠(ROGPA)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염소 젖 짜는 법부터 호텔 청소하는 법, 서빙하는 법, 아기 기저귀 빨리 가는 법, 아무 데서나 잘 자고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법 등 수많은 능력치가 생겼다. 2014년에는 5달 동안 실크로드를 따라 경주에서 중국, 중앙아시아, 중동을 거쳐 로마에 닿은 후 여행에세이 『당신에게 실크로드』를 집필했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고, 낯선 곳에 머물며 경계 너머의 사람들을 만나 생각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확장된 사유가 인간을 더 자유롭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남자 찾아’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은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가만히 있어도 전 세계 사람들이 눈앞에 지나다녔다. 그냥 질문을 들고 서 있기만 하면 되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늘 같은 대답만 들었는데, 그들은 다른 대답을 해주곤 했다. 그 다름 속에서 내 생각이 어디에 와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오며 생각하는 것이다. ‘아, 당신들을 만나기 위해 내가 길을 떠났구나.’ 그 때문에 앞으로도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 차례

프롤로그 -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다가 있다

산티아고에 괜찮은 남자가 많다? |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다가 있다 | 산티아고로 떠나기로 했다

01 개와 남자의 공통점

아인슈타인의 조언 | 중간에 포기하느니 차라리 하지 말자? | 개와 남자의 공통점

02 800km만큼의 자유

이 길에서 걱정은 넣어두세요 | 숫자 37 아래에서 | 당신이 이곳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요?

03 신념을 가지고 기다려봐

이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남자들 |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지 | 신념을 가지고 기다려봐

04 변태질량보존의 법칙

변태질량보존의 법칙 | 산티아고의 슈가대디 | 이 길에서 주의해야 할 남자들

05 그냥 걷기만 하는 길이 아니다

신은 사랑, 사랑은 신? | 팜플로나의 문화충격 | 그냥 걷기만 하는 길이 아니다

06 지저스 러브스 미

바람과 별이 만나는 언덕에서 | 지저스 러브스 미 | 산티아고에서 만난 지저스

07 붉은 돼지의 습격

가장 아름다운 다리 | 붉은 돼지의 습격 | 너도 하루 더 묵지 않을래?

08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니?

달이 지는 방향으로 걷다 | ‘지저스’의 재림 |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니?

09 바늘과 실을 든 기사들

빨간 구두의 저주 | 바늘과 실을 든 기사들 | 어느 순례자의 기도

10 삶은 누구에게도 같을 수 없어

동서를 가로지르는 진리 | 삶은 누구에게도 같을 수 없어 | 새로운 가족의 탄생

11 마녀의 묘약과 양말의 수호천사

원피스를 입고 걷는 여자 | 도시의 순례자들 | 마녀의 묘약과 양말의 수호천사

12 이 길은 사랑의 고민을 안고

이 길은 사랑의 고민을 안고 | 이 길의 미친 놈 | 폭풍우 치는 그 밤에

13 별을 받았다

영혼을 위한 병원 | 인생은 미로 같은 거야 | 별을 받았다

14 남자에게 차여서 산티아고에?

절반의 성공 | 남자에게 차여서 산티아고에? | 가족의 해체

15 잘못된 이정표

선한 인도자 | 잘못된 이정표 | 그녀는 결국 산티아고에 닿을 수 없었다

16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

나를 찾아줘 |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 | 이 길에 서려있는 에너지

17 저를 롤라라고 불러주세요

저를 롤라라고 불러주세요 | 카미노의 마법 | 그녀가 공허한 이유

18 검을 찾아서

순례길의 한국인 | 그가 한국라면을 파는 이유 | 검을 찾아서

19 산티아고에 백허그를

낯선 남자와의 동침 | 500m의 상대성이론 | 산티아고에 백허그를

20 묵시아의 무지개

오라, 산티아고로 | 묵시아의 무지개 | 마지막 이야기

에필로그

인생의 여름방학, 산티아고 순례길을 즐기는 법 - 준비부터 여행후유증 치료까지

 

- 본문 속으로

만약 세상 모든 남녀에게 ‘자신만의 바다’가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연애상대는 그 바다에 찾아오는 물고기들인 것이다. 연애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물의 온도와 속도 등 바다가 가진 조건과 물고기의 종류가 맞아야 한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나의 바다는 어떤 바다일까?’

 

“산티아고에 괜찮은 사람이 많아요.”라는 그 다정한 목소리는 어느덧 왜곡되어 내 귀에 이렇게 들리기 시작했다. “산티아고에 물이 좋아요.”

 

실제로 혼자 여행해 본 사람들은 알 거다. 안.생.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에 에단 호크 같은 남자가 없다. 그리고 이쪽도 줄리 델피가 아니다. 정확히는 썸이 생길 기회가 없는 게 아니고 내 타입이 나타날 확률이 드문 거다. 예를 들면 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처럼 흰 셔츠가 잘 어울리는 남성이 좋은데, 현실은 늘어난 티셔츠에 북실북실 가슴털이 삐져나온 잭 블랙 같은 남자가 말을 거는 식이다.

 

그럼에도 남자를 찾아 산티아고로 떠나기로 했다. 사실 인연을 만나는지 못 만나는지가 중요하진 않았다. 찾지 못한다고 해도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남자가) 없는데 잃을 건 또 뭐가 있겠는가.

 

“빌을 사랑하고 있지만, 결혼을 하면 미혼일 때 누리고 있는 생활들을 포기해야 하겠지. 생활터전이 바뀌는 문제도 있고. 그래서 망설여왔어. 그럼에도 하나하나 계산을 해보니 확신이 들었어. 우리가 함께 하면 서로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을 거야.”

 

“신념을 가지고 기다려봐.” 당당한 그 태도에 더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결국 애써 없는 신념을 끌어 모아 차분히 기다렸다. 드디어 5시. 마리아가 양손을 허리에 얹고 내 앞에 나타났다. “봐, 신념을 가지니까 침대가 생겼지?”

 

“신과 친구 같다는 건 어떤 거죠?” “뭐, 지금이랑 비슷해. 내가 좀 천천히 가도 저 친구가 기다려주고, 물론 잔소리를 좀 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또 나란히 걷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믿는 거지, 항상 함께라는 것을.”

 

“하지만 오해하지 마. 신은 사랑이지만, 사랑은 신이 아냐. 일생을 거쳐서 내가 이거 하나 깨달았지. 내가 젊을 때 저지른 수많은 실수는 그 착각에서 비롯됐거든.”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천 년 동안 쓰여진 이야기와 새 이야기 사이를 걷는다는 의미이며, 그 이야기의 깊이 속에서 자신만의 서사시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이 길의 매력은 시대를 뛰어넘는 풍부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녀에게 결혼한 이유를 물어봤다.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독일은 결혼하는 편이 세제혜택이 많거든. 둘이 싱글로 빠져나가는 돈을 계산해보니까 어마어마하더라고. 그 돈이 아까워서 결혼했어.”

 

“차라리 두 사람의 장래에 확실히 플러스되는 요인이 있는지 제도적 장점을 찾아보는 건 어때? 장점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말고. 결심이 쉬워지지 않겠어?”

 

토산토스에서의 밤, 발의 통증이 심해졌다. 호스피탈레로 호세에게 찾아가자 그는 미지근한 소금물에 내 발을 30분 정도 담그고 있도록 했다. 모두가 자러가고 늦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수건을 가져와 내 발을 닦아주고, 정성껏 소독을 해주었다.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그는 어디에선가 스티로폼을 하나 가져왔다. 그 스티로폼을 내 발만큼 재단해 자른 후 가장 물집이 심한 발 앞꿈치 부분을 도려냈다. 그리고는 완성된 깔창을 반창고를 이용해 내 발에 딱 붙여줬다. 아픈 부분에 체중이 덜 실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녀에게 전 남자 친구와 어떻게 헤어졌는지, 지난 1년 동안 연애는 왜 못했는지, 어쩌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연애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장황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 길에 괜찮은 남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막상 와보니 그렇지 않아서 당황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그녀는 내 이야기를 듣고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었다. “것 봐. 그러니까 네가 특별한 거야. 넌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그걸 향해 나아가잖아.”

 

“왜 결혼을 안 했냐?”라는 질문 앞에 나는 “어쩌다보니 못했어요, 어쩌죠?” 하고 못나게 웃어버리곤 했다. 최대한 자신을 낮추고 불쌍하게 보여야 공격당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이게 내가 터득한 생존법이었다. 외눈박이 세상에 양눈박이가 살든, 양눈박이 세상에 외눈박이가 살든 어쨌든 내가 사는 세상에선 다른 건 틀린 것이기에.

 

아이린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당당히 말하는 거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지만 인생은 괜찮았다.”고. 그리고 우리가 헤어지기 전, 그녀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이렇게 말해줬다. “다른 사람들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어차피 삶은 누구에게도 같을 수 없거든.”

 

“내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아이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그녀는 사진을 몇 장 보여주었다. 릴리와 아이는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남자 친구의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것과 그 아이의 어머니가 되는 건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90%는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거 같아.”

 

“인생을 미로라고 생각해봐. 그리고 네가 새라고 생각해봐. 네가 고민한 내용은 위에서 바라봤을 때는 ‘작은 헤맴’일 뿐이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네가 원래 어떤 사람이냐는 거야. 어차피 너라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지금의 너의 마음, 너의 정신, 너의 순수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네가 향하는 길은 하나일 거야.”

 

“대학에서는 내가 똥덩어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길을 나서 살아보니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적은 돈으로도 살아갈 수 있고. 그래서 일단 살기 위해 많은 돈을 벌어야한다는 생각부터 버리게 되었지.”

 

“인간이 사랑을 느끼는 생명체인 것은 우리가 약하기 때문일 거야. 인류는 서로 사랑을 하고 협력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랑을 더욱 잘 느끼도록 진화된 거지.”

 

“순례길 초반에는 사람들이 진짜 죽을상을 하고 걸어요.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지?’라는 표정으로요. 하지만 중간이 넘어가면서부터 사람들 얼굴은 평화로워지기 시작해요. 낙오자가 많은지 인원수도 많이 줄어요. 그리고 목적지를 앞둔 지금은 사람들 표정이….” “환희에 넘치나요?” “아뇨, 독기에 넘쳐요. 눈빛이 형형한 게….”

 

남자 친구의 청혼에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릴리는 미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남자 친구와 그의 아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고 했다. 기뻐하는 이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는 답을 찾았다고 한다. 이미 이들을 떠나선 존재할 수 없다고. 그렇게 그녀는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이야기로 긴 메시지는 끝을 맺었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헤맸지만 그 파랑새는 결국 집에 있었다는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이야기처럼 릴리는 긴 순례를 하고 집에 도착한 순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았다.

 

묵시아에서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을 때였다. 창밖에 무지개가 떴다. 다들 반가워하며 카메라로 찍고 있을 때, 옆에 앉아 있던 라이언이 가만히 내 손을 잡았다. “응?” “저 무지개를 봐. 좋은 징조 같지 않아? 난 우리 사이가 잘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이라는 말에 강박을 느낄 필요 없어. 행복을 찾다가 인생 끝날 일 있어? 그냥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순간순간의 기쁨에 집중해. 그리고 그때 네가 가슴 떨림을 느낀다면 너에겐 신의 심장이 있다는 거야. 그 신의 심장을 뛰게 해봐. 그걸 놓치지 않는 삶이 진짜 삶이야.”

 

“네가 길을 헤매지 않도록, 내가 길을 잃었나 봐.” 그렇게 우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길을 잃었다.

 

이 길의 가장 큰 매력은 마음껏 이기적일 수 있다는 거였다. 순례길에서는 800km만큼의 시간동안, 머리 아픈 현실을 내려놓고, 사랑인지 미움인지도 모를 인간관계도 내려놓고, 그저 단순한 삶을 살면서,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아무 근심걱정 없이 보내던 여름방학처럼, 매일을 나만 생각하며 지내기만 해도 되는 것이다. [이 게시물은 푸른향기님에 의해 2016-12-20 08:46:48 출간도서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