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버릇처럼, 열두달 여행
글쓴이 푸른향기 날 짜 17-03-27 14:54 조회( 114 ) 댓글( 0 )
버릇처럼, 열두달 여행
저   자 : 홍수진
출판사 : 푸른향기
발행일 : 2017. 03. 29
가   격 : 16,000 원
면   수 : 372
크   기 : 140*200mm
   

이 달엔 어디로 가볼까?

여행마니아 수 언니가 추천하는 열두 달 국내 감성여행지 84곳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오아시스’를 마음에 품고 산다. 특히 밥벌이를 위해 매일 쳇바퀴를 구르는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저자 홍수진의 오아시스는 바로 ‘여행’이었다. 주말이면 집 근처 공원에서부터 제주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움직인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차츰 버릇이 되었다. 여행 사진과 여행기를 SNS에 올리면서 공감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고,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이들도 생겼다. 『버릇처럼, 열두달 여행』은 그동안 다녀온 곳 중에서 가장 인상 깊고 특별했던 여행지 84곳을 엄선한 것이다. ‘이 달엔 어디로 가볼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하여 1월부터 12월까지 소박한 풍경과 아름다운 꽃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인정 넘치는 숙소를 담았다. 여행지마다 소소한 꿀팁이 들어 있어 여행의 맛을 더해준다. 책의 말미에는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곳의 목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실었다.

 

사람의 온기와 따뜻한 위로가 있는 여행

조금만 속도를 늦추고,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보이고 들리는 것들

‘어디선가 내복 차림의 쌍둥이가 의자를 하나씩 들고 나온다. 바다 바로 앞에 의자를 내려놓고선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에 담는다. 꼬마들이 삼촌이라고 부르는 남자가 그 앞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한겨울에 러닝셔츠 하나만 입고선 바지를 걷어 올린 채. 끼룩거리는 갈매기 소리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파도소리가 들린다. “토닥~! 토닥~!” 역시 바다의 위로는 따뜻하다(본문 중에서).’

걸음을 늦추면 평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린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동네 아이들이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보이고, 돌 틈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작은 꽃이 보인다. 대나무 숲을 손잡고 걸으며 나누는 엄마와 아이의 대화소리가 들리고, 토닥토닥, 바다가 위로하는 소리도 들린다. 『버릇처럼, 열두달 여행』은 일상에 지친 독자에게 사람의 온기와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 될 것이다.

 

‘여행’이라는 오아시스, 나만의 낭만여행법을 찾아가기

여행지의 순간순간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

여행지에서 그녀는 좀 더 대담해지고, 좀 더 특별해진다. 하늘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라벤더 꽃밭을 뛰어다니거나, 쪼그려 앉아 꽃무더기에 얼굴을 파묻기도 하고, 어느 새벽에는 일출을 보겠다고 나왔다가 꽁꽁 얼어붙은 갯벌에서 동동거리기도 한다. 겨울햇살이 들어오는 창경궁 대온실에서 비운의 왕을 떠올리고, 폭설이 내린 날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의 설경 속으로 들어가고, 어느 날은 물 빠져 육지가 되어버린 섬을 터벅터벅 걷기도 한다. 또한 폐교를 개조한 숙소에서 어린 날의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테이블을 꾸며놓고 식사하는 것을 즐기는 낭만여행자이다. 떠나고 싶은데 복잡한 곳은 싫고, 나만의 여행을 즐기고 싶지만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예쁜 여행사진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 일상의 피로를 떨쳐버릴 비타민제 같은 여행이 절실한 직장인들에게, 여자 친구와 데이트할 멋진 곳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열두 달 여행지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행복하고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10년차 편집 디자이너. 쉴 틈 없는 업무 속에 나만의 오아시스를 찾고 싶었다. 주말이면 카메라를 메고 아름다운 여행지와 분위기 있는 카페, 소박하지만 정이 넘치는 숙소를 찾아다녔다. 여행을 떠나면 내가 좀 더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여행 사진과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이들도 생겼다. 한 번 두 번 시작된 여행은 어느덧 버릇이 되어, 나는 주말마다 낭만여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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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Prologue_버릇처럼 여행을 하며

 

1월 |

겨울 햇살 가득한, 서울 창경궁 대온실 | 겨울 왕국 눈꽃 여행, 강원 양양 낙산사 | 보랏빛에서 붉은빛으로 변하는 아침, 전남 순천 화포마을 | 일몰을 기다리며, 전남 순천 카페 ‘놀’ | 육지를 그리워하는 암자, 충남 서산 간월암 | 머무름마저 여행이 되는 곳, 충남 서산 펜션 ‘제로플레이스’ | 붉은 동백 꽃바람이 분다, 제주 카멜리아힐

 

2월 |

빈티지 서울 여행, 서울 용마랜드 | 길이 되어버린 신비한 바다를 걷다, 인천 굴업도 | 케이블카를 타고 설국 속으로, 강원 속초 설악산 권금성 | 북유럽 감성, 강원 속초 게스트하우스 ‘인소’ | 토닥토닥 바다의 위로, 부산 임랑해수욕장 | 하얀 천과 바람만 있다면, 부산 청사포 카페 ‘루프탑’ | 미리 만나는 봄, 전남 여수 금오도

 

3월 |

봄을 먼저 맞이하는 곳, 서울 길상사 | 바다를 벗삼아 오르는 마을, 강원 동해 논골담길 | 골목골목 벽화가 웃고 있는, 경북 울진 후포리 마을 |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경북 울진 펜션 ‘프렌치페이퍼’ | 임실 문화공간 한옥카페, 전북 임실 카페 ‘하루’ | 떡방아 소리에 달려오는 봄, 충남 아산 외암 민속마을 | 꽃 피는 한옥카페, 충남 아산 카페 ‘시루4294’

 

4월 |

꽃분홍에 취하다, 경기 부천 진달래동산 | 벚꽃비 내리는 봄날의 소풍, 부산 온천천 | 흩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며, 부산 온천천 카페 ‘멜버른’ | 떠나온 후 더 그리운 섬, 경남 통영 비진도, 장사도, 한산도 | 동백이 마지막 꽃을 떨어뜨리는, 전남 순천 죽도봉 | 살굿빛 드레스를 입은, 충남 아산 공세리성당 | 누구나 꿈꾸는 제주에서의 삶, 제주 조천 펜션 ‘조천댁’

 

5월 |

장미와 양귀비, 수레국화가 만발한, 서울 올림픽공원 | 아카시아 향기와 바다 냄새 물씬한, 부산 미포철길 | 붉은 양귀비와 청보리의 향연, 경기 부천 상동호수공원 | 곱고 흰 모래사장 위로 쏟아지는 햇살, 강원 강릉 사천해수욕장 | 솔향기 가득한 소나무 숲, 강원 강릉 카페 ‘테라로사’ | 해피바이러스가 잔잔히 퍼지는, 충북 청주 수암골 | 초록 감성, 충북 보은 캠핑장 ‘어라운드 빌리지’

 

6월 |

나무 그림자들이 바람에 춤추는, 강원 춘천 제이드가든 수목원 | 보랏빛 라벤더 향기, 강원 고성 하늬라벤더팜 | 감성 가득한 민트빛 캠핑카, 강원 고성 펜션 ‘산들산들’ | 초록 그늘 아래에 누워, 경북 경주 포석정 | 비 그친 후 더 싱그러운, 전북 전주 전동성당 | 고가구의 품격이 느껴지는, 전북 완주 카페 ‘오스갤러리’ | 수국수국한 초여름의 수국 폭탄, 제주 항목유적지

 

7월 |

갈매기와 함께 떠나는 여행, 인천 석모도 보문사 | 산토리니를 닮은, 인천 강화도 펜션 ‘109하우스’ | 서퍼들의 천국, 강원 양양 죽도해수욕장 | 파도거품 맥주 한 잔, 부산 달맞이길 | 땅끝마을 울창한 해송들의 숲, 전남 해남 송호리해수욕장 | 우아하고 아름다운 연꽃들의 잔치, 충남 부여 궁남지 | 낮잠 자고 싶어지는, 충남 부여 카페 ‘하품’

 

8월 |

쉬엄쉬엄 걷는 도심 속 자연, 서울 부암동 백사실계곡 | 사직터널 위 느낌 좋은, 서울 사직동 카페 ‘사직커피’ | 한여름의 초록 호텔, 인천 강화도 펜션 ‘호텔 무무’ | 붉은 노을빛 따라 등대로 가는 길, 강원 강릉 안목해변 | 시원한 댓잎 바람 묻어나는, 경남 거제도 맹종죽 테마공원 |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서다, 충북 청주 마동 창작마을 | 적막하고 아름다운 밤바다에 취해, 제주 우도 홍조단괴 해빈해수욕장

 

9월 |

자전거 타고 달리는 길, 경기 남양주 능내역 | 비 내리는 날 안개 속, 강원 평창 대관령양떼목장 | 어두운 골목길도 아름다운 예술가마을, 부산 대룡마을 | 들꽃 가득 핀, 부산 기장 무인카페 ‘아트인오리’ | 풍경소리 따라 걷는 무소유길,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 | 비 내리는 가을 아담한 한옥, 경북 경주 게스트하우스 ‘꽃자리’ | 비양도까지 헤엄쳐 가볼까, 제주 금능해변과 협재해수욕장

 

10월 |

늦은 오후 햇살이 아름다운, 서울 덕수궁 | 천 년 된 은행나무 아래 노란 소망들, 경기 양평 용문사 | 고요한 숲속 산장 별들의 잔치, 경기 양평 펜션 ‘더 파인트리’ | 은하수다방 앞에서의 추억, 부산 월내역 | 가을 맛 커피 향기, 대구 앞산 카페거리 | 하얀 구절초 따라 걷는 길, 전북 정읍 구절초테마공원 | 너무 가까워 놓치기 쉬운 곳, 제주 용담 해안도로

 

11월 |

추억 속 산책길, 강원 춘천 청평사 가는 길 | 노란 은행잎으로 더 빛이 나는, 경북 경주 대릉원 | 창밖으로 보이는 진짜 경주, 경북 경주 카페 ‘아뜨리에’ | 한량이 되어보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 | 가을이 좋아지는 이유, 전남 순천 일일레저타운 | 고즈넉한 전주 한옥마을, 전북 전주 게스트하우스 ‘그림’ | 폐교를 아름다운 갤러리로, 충남 당진 아미미술관

 

12월 |

눈 내리는 조용한 마을, 강원 속초 아바이마을 | 차가운 바닷바람도 달콤한, 강원 강릉 강문해변 | 딸기 팬케이크가 맛있는, 강원 강릉 카페 ‘크랙’ | 초겨울의 쪽빛 지붕, 부산 범어사 | 겨울철새와 갈대들의 무도회장, 전남 순천 순천만 | 달빛 바람에 억새들이 춤을 추는, 제주 새별오름 | 살고 싶은 제주 우리 집, 제주 중문 펜션 ‘하나제주’

 

꽃 따라, 열두달 여행 | 수 언니가 추천하는 국내 꽃 여행지

 

- 본문 속으로

화포해변에 도착했을 땐,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마을은 온통 보랏빛으로 가득했다. 갯벌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바다도 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갯벌에 묶여있는 배가 아니었다면 그곳이 바다인지도 몰랐을 거다. 마을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카페를 좋아하는 나는 늘 여행지에 카페를 넣곤 한다. 세련된 인테리어, 아름다운 전망, 따뜻하고 향기로운 커피와 감미로운 음악. 현실과 조금은 동떨어진 것들이 카페 안엔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카페에 있다 보면 일상에서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마음에 드는 카페를 가기 위해서 일부러 여행을 할 때도 있다.

 

내려가는 계단에 서니 저 멀리 간월암이 보인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바닷길이 열려있다. 실망스럽지만 이럴 땐 미련을 버리는 게 상책이다. 화를 내고 속상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봤자 나만 손해다. 기분 좋은 여행을 하려면 마음을 비우는 편이 훨씬 편하다. ‘이런 모습도 멋지잖아.’ ‘생각보다 더 멋진데!’ 이렇게 주문을 외우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여기 말이야. 낙조일 때 오면 더 멋있어! 그러니까 우리 다음에 또 오자.

다시 올 때도 곁에 네가 있으면 좋겠어, 라는 마음이 담긴 말을 그가 알아들었을까?

 

사람마다 여행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가끔 숙소를 먼저 선택한 후 여행을 결정하곤 한다. 숙소를 확정하기 직전에 잠시 고민을 한다. 가격이 적당한지, 위치는 괜찮은지, 주변에 갈 만한 곳은 무엇이 있는지. 카페나 맛집을 검색해 두곤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기다린다.

 

이제 곧 없어질 텐데, 사진은 찍어서 뭐해요.

웃고 있지만 한숨을 쉬듯 내뱉는 아저씨의 말에 다시 마음이 아프다. 불길과 함께 뿌옇게 흩어지는 연기 사이로 회전목마가 보인다. 아까보다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버려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다. ‘지금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잖아.’ 용마랜드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코 흘리던 어린아이가 청소년기를 지나 키 큰 어른이 되어서 이곳을 다시 찾아주기를.

 

눈은 무릎까지 쌓이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눈싸움을 하는 사람, 깊게 쌓인 눈을 땅굴처럼 파는 사람. 몇몇 사람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플라스틱 썰매를 끌고 다니기도 한다. 눈이 하얗게 쌓인 전나무는 완벽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어있다. 친구와 나는 집에 갈 걱정 따윈 잊은 채, 눈부신 설경을 감상하느라 바쁘다. 뉴스에선 종일 영동 지방에 폭설이 왔다며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걱정 따윈 잊은 채 신났다.

 

어디선가 내복 차림의 쌍둥이가 의자를 하나씩 들고 나온다. 바다 바로 앞에 의자를 내려놓고선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에 담는다. 꼬마들이 삼촌이라고 부르는 남자가 그 앞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한겨울에 러닝셔츠 하나만 입고선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춥지도 않은 모양이다. 끼룩거리는 갈매기 소리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토닥~! 토닥~!” 역시 바다의 위로는 따뜻하다.

 

앙상한 나뭇가지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천천히 걷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좀 전까지 걸었던 골목길과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보이고, 그 옆에는 그윽한 붉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어느 집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와 음식냄새에 마음이 노곤해진다. 어디선가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수진아! 저녁 먹자!’

 

“카페가 너무 예뻐요. 여기 오고 싶어서 서울에서 왔어요.”

내 인사가 무색하게 주인아저씨는 반응이 없다. 머쓱해진 난 주문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비 온다 했는데 햇빛, 그리고 꽃비. 오늘 처음 내리는 거예요. 어제까진 꽃비가 내리지 않았거든요.

 

오늘은 근처 조천수산에서 횟감을 떠다가 마트에서 사온 재료들로 요리를 해 근사한 파티를 열려 한다. 조금 수고스럽지만 나는 여행지에서 요리를 하고, 테이블을 꾸며놓고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뜨문뜨문 보이기 시작한 벽화는 언덕길을 오르며 이어지고 있다. 인기척 없는 낡은 집 담벼락 위엔 노란 봄꽃이 주인을 기다리고, 모퉁이를 돌면 작은 골목길엔 웃고 있는 아이들 그림으로 가득한 담벼락이 있다. 눈 코 입이 그려진 살굿빛 연탄들은 예쁜 꽃과 나뭇잎으로 단장한 채 웃고 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지 주변의 숙소를 찾는 것을 즐긴다. 당장 그곳에 갈 계획이 없더라도 말이다.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으면 가고 싶은 여행지에서, 가야 할 여행지’로 바뀐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어디선가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털을 쓰다듬어주고, 깨끗한 물을 주고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따뜻한 햇살 아래 웅크리고 앉아 커피 향을 맡고 있는 듯한 모습이, 세상 그 어떤 고양이보다 평화로워 보인다.

 

‘수국 폭탄’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수국은 그냥 얌전히 핀 것이 아니라 마치 물 폭탄이 터지듯 알록달록한 색으로 활짝 피어있다. 갑작스러운 나의 여행길에 망설이지 않고 동무가 되어준 그녀들이 나에겐 꽃이다. “아~ 기분이 수국수국하다.” 이 순간, 세상 그 어떤 표현보다도 더 예쁜 말로 들린다. 수국수국하다, 우리.

 

“달맞이길에서 벚꽃이 제일 예쁜 곳으로 가주세요.” 그러자 기사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달맞이길의 제일 꼭대기에 나를 내려주셨다. “여서부터 해운대까지 쭉 걸어가이소. 달맞이길은 벚꽃이 예쁘지 않은 곳이 없습니더.”

 

학교 너머로 보이는 부드러운 능선과 마을의 풍경은, 초록색 크레파스 한 개를 다 쓰고도 모자랄 듯하다. 이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놀았을 거라 생각하니, 보지도 못한 아이들이 무척이나 부럽다.

 

키 큰 나무 한 그루가 서있고, 그 옆에 법정스님의 작은 무덤이 있다. 무례하고 죄송한 말이지만, 나는 스님에게 따지고 싶다. “스님! 무소유라더니, 너무 많은 걸 가지셨어요!” 내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바람이 툭 어깨를 스치고 간다. [이 게시물은 푸른향기님에 의해 2017-03-27 14:55:55 출간도서에서 복사 됨]